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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초은하단

우리은하 5000배 질량, 120억 광년 밖 '원시 초은하단'은 어떻게 봤죠? 🔭

우리은하 질량의 약 5,000배짜리 거대 구조가, 우주가 태어난 지 20억 년밖에 안 됐을 때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고요.

2026년 9월 8일 NSF NOIRLab과 한국천문연구원이 공동 발표한 이 발견은 지금까지 찾은 것 중 가장 멀리 떨어진 '원시 초은하단' COSMOS-z3.1-A입니다. 사진 한 장으로는 은하 수천 개가 뒤섞인 이 구조를 알 수 없는데, 연구진은 빛의 성질을 이용해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재었죠. 발표문에 적힌 관측 순서를 따라가 볼게요. 🔭


사진만 봐선 모르는데, 이걸 어떻게 봤죠?

출발점은 미국 에너지부가 만든 암흑에너지카메라(DECam)였어요. 570메가픽셀짜리 이 카메라를 칠레 세로톨로로 천문대의 빅터 M. 블랑코 4m 망원경에 달고, 국제 공동 연구진은 ODIN 탐사 프로젝트로 지난 3년간 100일 넘게 남쪽 하늘을 찍었어요. 쌓인 자료에서 연구진은 약 100억~120억 광년 떨어진 원시은하단 150개를 골라냈고, 그중 은하가 유난히 빽빽하게 모인 두 구조에 주목했어요.

ODIN 자료로 만든 COSMOS-z3.1-A 컬러 이미지 /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ODIN 자료로 만든 COSMOS-z3.1-A 컬러 이미지 /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그런데 이 컬러 사진을 봐도 원시 초은하단은 잘 보이지 않아요. 천문연 보도자료에도 구조 앞뒤로 빼곡한 배경 은하와 전경 은하 사이에서 원시 초은하단을 이루는 은하만 골라내기 어렵다고 적혀 있었어요. 여기까지는 하늘에서의 위치, 즉 2차원 좌표만 아는 상태죠.

그래서 연구진은 관측을 단계별로 이어갔어요.

  1. ODIN 탐사로 하늘 위 은하들의 2차원 좌표를 확인한다
  2. 분광관측으로 각 은하까지의 거리를 잰다
  3. 위치와 거리를 합쳐 실제 공간 분포를 3차원으로 재구성한다

가운데 단계가 열쇠였어요. 분광기는 사진과 달리 빛의 성질을 이용해 물체까지의 거리를 재는 장치인데, 연구진은 이 작업을 세 장비에 나눠 맡겼어요.

2차원에서 3차원으로, 거리를 재는 묘수

주역은 미국 킷피크 국립천문대 메이올 4m 망원경의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였어요. 이 분광기는 한 번에 5,000개 은하의 거리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어서, 연구에 쓰인 분광자료 대부분을 여기서 얻었죠. 여기에 칠레 제미니 남천문대의 다천체분광기(GMOS)와 하와이 마우나케아 켁Ⅱ 망원경의 다천체분광기(DEIMOS)가 뒤를 받쳤어요.

한국 연구진도 관측의 앞줄에 있었어요. 천문연 문병하 박사와 전은수 연구원은 원시은하단 안에 있는 거대 가스 구름 '라이만 알파 성운'을 찾는 탐색과 후속 분광 관측을 주도했고, 이 가스 구름과 원시은하단의 관계까지 밝혔어요. 제미니 천문대에 천문연이 국제 공동 운영 파트너로 참여한 덕에 GMOS 자료도 쓸 수 있었고요.

소속 은하를 하늘색 원으로 표시한 COSMOS-z3.1-A /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은하를 하늘색 원으로 표시한 COSMOS-z3.1-A /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관측 단계장비·망원경얻은 것
넓은 하늘 탐사DECam(570메가픽셀), 빅터 M. 블랑코 4m 망원경원시은하단 150개와 2차원 좌표
거리 측정DESI(일차), 제미니 GMOS, 켁Ⅱ DEIMOS각 은하의 거리(적색편이)
3차원 지도 제작2차원 좌표 + 분광 관측 거리 결합원시은하단의 실제 공간 구조

덩어리진 지도가 말해 주는 것

3차원 지도가 완성되자 두 구조의 정체가 드러났어요. COSMOS-z3.1-A와 COSMOS-z3.1-C는 시간이 흐르면 가까운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은하단 중 하나인 머리털자리 은하단보다 더 무거운 은하단으로 자랄 구조였어요. 특히 COSMOS-z3.1-A는 은하단 하나가 아니라 여러 은하단이 뭉칠 초은하단의 알맹이, 그러니까 '원시 초은하단'이었죠. 기존 최고 기록인 원시 초은하단 '하이페리온'보다도 더 이른 시기의 구조예요.

지도의 모양도 단서였어요. 이 구조는 매끈한 공처럼 생기지 않고 여러 개의 작은 덩어리가 뭉친 불규칙한 형태였고, 우주 거미줄의 필라멘트 여러 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먼 우주에서 이런 모습을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작은 구조가 먼저 생기고 합쳐져 큰 구조가 된다는 '상향식' 우주 구조 형성 모델이 예측하던 장면을, 관측 데이터가 그대로 보여 준 셈이죠.

규모도 어마어마해요. 질량은 우리은하의 약 5,000배이고, 연구진은 이렇게 무겁고 밀도 높은 구조가 은하단 1만 개 중에 하나 꼽기 어려운 희귀한 존재라고 추정했어요.

이번 연구는 우주 나이가 20억 년에 불과하던 시기에 이미 거대한 우주 구조의 골격이 형성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막연히 이론으로만 예측하던 초기 우주의 거대구조 형성 현장을 실제 3차원 관측 데이터로 직접 규명했다.

문병하 박사(한국천문연구원, 논문 제3저자), 2026년 9월 9일 천문연 보도자료

COSMOS-z3.1-A는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이고 밀도가 높은 영역을 대표한다. 이런 천체는 은하단 1만 개당 하나도 되지 않을 것이다.

반다나 라마크리슈난(당시 퍼듀대학교 대학원생, 연구 총괄), 2026년 9월 8일 NOIRLab 보도자료

연구 결과는 2026년 9월 9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ODIN: Characterizing the Three-dimensional Structure of Two Protocluster Complexes at z = 3.1'이라는 제목으로 실렸어요.

그래서 별하의 다음 질문은 이거예요

지도를 보고 나면 오히려 더 궁금해져요. 이 덩어리들에 은하들은 필라멘트를 따라 어떤 속도로 흘러들어갈까? 지금은 가늘고 긴 우주 거미줄이 시간이 지나면 둥근 은하단으로 정리된다고 하는데, 그 합쳐지는 순간을 다른 파장으로도 볼 수 있을까요?

다음으로 볼 창구는 이미 예고돼 있어요. 연구진은 남반구 하늘 전체를 며칠마다 다 찍는 베라 루빈 천문대의 대규모 탐사(LSST)와 ODIN 자료를 합치면 초기 우주부터 지금까지 은하단이 자라는 과정을 더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었어요. 3년간 100일 넘게 관측해 얻은 지도가 루빈 천문대의 자료와 만나는 순간, 지금은 멀쩡히 떠 있는 우주 거미줄이 어떻게 뭉치는지 한 장면 더 보게 되겠죠. 🪐

가장 먼 곳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이미 자라고 있었다는 이 소식, 저는 우주의 지도를 그리는 일이 그림이 아니라 빛의 측정이라는 점이 제일 좋았어요. 다음엔 루빈 천문대가 처음으로 올리는 거대구조 지도 소식을 들고 올게요.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보도자료 「우주에서 역대 가장 먼 원시 초은하단 발견」, The Astrophysical Journal 논문 안내(2026.9).

한국천문연구원 보도자료www.kasi.re.kr ↗

참고 자료

궁금하면 별하 🔭

잠깐, 이걸 어떻게 알아냈죠? 우주, 천문 현상, 과학 연구 소식을 질문부터 따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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