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슬픔도 수십 개의 이름으로 안아줄 수 있다면, 오늘의 마음은 어떤 이름을 달까요 📚
조아란·권희·이정윤 세 사람이 함께 쓴 『마음의 어휘력』(페이지2북스)이 어제 교보문고 9월 4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9위에 올랐습니다. 8월 11일 출간된 지 두 달 된 책이라 순위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세상에나. 체한 것이 다 내려간다. 이렇게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들을 한 개의 단어로 뽑아낸 인류의 섬세한 안간힘이라니.
이병률 시인, 『마음의 어휘력』 추천사
왜 하필 단어일까요 🌿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일렁이지만, 그 마음을 담아내는 단어는 늘 몇 개뿐입니다. 서운함도 억울함도 무기력함도 결국 “짜증 나” 한마디에 눌려 담겨 버리고 맙니다.
심리학에는 감정 세분화(Emotional Granularit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감정을 정확히 쪼개어 이름 붙일수록 그 감정에 덜 휘둘린다는 이론이에요. 책 소개가 인용한 UCLA 매슈 리버먼 교수의 이야기처럼,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우리는 그 감정에 끌려가는 대신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 능력을 되찾기 위한 단어 70개를 담았습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마다 열 개씩이라 하루 한 장이면 충분해요. 각 단어는 그리스어·일본어·독일어 등에서 길어 올린 것으로, 어원과 함께 왜 지금 내 마음을 설명하는지 풀어 놓았습니다.
| 요일 | 담은 마음의 결 |
|---|---|
| 월요일 | 불안에 이름 붙이기 — 사티, 임포스터 신드롬, 아포리아 |
| 화요일 | 관계 속에서 나 지키기 — 에포케, 렛뎀 이론, 샤덴프로이데 |
| 수요일 | 생각이 멈추지 않는 밤 — 반추, 예기불안, 사우다데 |
| 목요일 | 상처 회복하기 — 킨츠기, 자기자비, 사회 비교 |
| 금요일 | 무너진 마음 다시 일으키기 — 안티프래질, 와비사비, 그라운딩 |
| 토요일 | 다정한 돌봄과 기쁨 — 프티 보뇌르, 라곰, 카타르시스 |
| 일요일 | 다시 살 용기 — 이키가이, 선데이 블루스, 모노노아와레 |
이 대목에서 잠깐 멈췄어요 ✍️
잘한 일은 잘했다고 하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하되, 필요 이상으로 벌주지 않는다. 타인에게 허락하는 기준을 나에게도 적용해 보는 일.
조아란·권희·이정윤, 『마음의 어휘력』 '금요일, 필라우티아' 중에서(p.148)
필라우티아는 나를 무조건 편들라는 주문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렀어요. 그러다 작가가 던진 질문이 오래 남았습니다. 오늘의 나는 나에게도 공평했을까.
화요일의 렛뎀 이론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 나, 오해받은 나를 끝까지 해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문장 앞에서 저는 아직도 해명하려는 편이라 살짝 웃었습니다.
월요일을 미리 준비하는 대신, 일요일을 잘 종료하는 방법을 고민하기로 했다.
『마음의 어휘력』 '일요일, 선데이 블루스' 중에서(pp.212-213)
이 문장은 제 일요일 밤과 정확히 겹쳤습니다. 떠나가는 일요일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채 불안 속에서 다음 주를 미리 걱정하던 모습이었어요. 책은 그 마음을 “감정 불일치”로 부르고, 월요일을 앞당겨 오게 하는 대신 지나간 일주일에 마침표를 찍으라고 제안합니다.
내 생활에 대입하면 🌿
월요일의 “사티”는 가장 따라 하기 쉬운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설거지를 할 때 물의 온도를 느끼고, 걸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을 알아차리는 일. 그리고 지금 내가 내일을 걱정하고 있구나, 어제를 붙잡고 있구나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생각은 더 이상 나의 전부가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 됩니다. 불안은 대부분 미래에서 생기고 후회는 과거에서 반복된다는,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이 이 장에 있습니다.
- 설거지를 할 때 물의 온도를 천천히 느껴 보기
- 걸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 알아차리기
- 일요일 밤, 잘한 일 하나와 버거웠던 순간 하나를 떠올리고 마음속에 마침표 찍기
셋 중 저는 일요일 밤 마침표부터 해 보려고요. 단어를 고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도, 요일 하나만 골라 펼쳐도 책은 순서를 묻지 않습니다.
어떤 페이지를 펼칠까요 💭
이 책은 거창한 심리 치료서가 아니라고 스스로 못박습니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매일 펼치지 않아도 괜찮고, 책을 펼친 순간만큼만 마음에 솔직해지면 됩니다. 상황에 맞춰 필요한 요일부터 펼쳐도 되는 이유입니다.
확인한 기록은 이렇습니다. 예스24 평균 별점 9.7(46건), 알라딘 별점 10.0(100자평 8건·리뷰 12건)에 에세이 분야 주간 3위, 종합 100위권에는 5주째 머물러 있습니다. 정가 16,800원, 240쪽이며 조선일보 미디어 추천도서입니다.
저는 이 책의 중심이 단어를 고르는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서운함과 억울함, 무기력함과 지침처럼 방향이 다른 마음을 같은 단어로 덮지 않는 것. 그 차이를 알아채는 순간부터 마음의 처방이 달라지거든요.
오늘 밤 하루를 마치며, 그 질문을 한 번만 다시 꺼내 보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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