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
비워진 여백에 점을 찍어요. 이번 주 희정당 이야기입니다 🏺
임금의 집무 공간이었던 창덕궁 희정당(熙政堂)에서 10월 7일(수)부터 11일(일)까지 공예 전시 '조선 공간 미학: 백(白)의 질서'가 열립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이 9월 3일 밝힌 '2026 가을 궁중문화축전'의 한 자리인데요. 건물 자체가 남긴 흔적부터 천천히 짚어 보려고요.
이번 주 궁궐 곳곳, 무엇이 열리나요
올해 가을 궁중문화축전은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간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과 종묘 일원에서 진행됩니다. 9월 3일 발표에 따르면 조선 공간 미학 전시와 규장각 아카데미 등 총 17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요. 봄 축전이 72만 5천여 명을 맞아 역대 최다 관람 기록을 세운 뒤라, 가을 축전에도 궁궐 곳곳이 붐빌 예정입니다.
그 가운데 제 눈길을 끈 자리는 창덕궁 희정당입니다. 희정당은 평소 내부 관람이 쉽지 않은 건물이고, 이번 전시는 건물 자체를 작품의 배경이 아니라 주제로 삼았거든요. 전시 감독을 맡은 백종환 WGNB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희정당 속 비워진 여백에 주목한 전시"
백종환 WGNB 대표, 연합뉴스 인터뷰(2026. 9. 16.)
희정당의 흔적부터 볼까요
이름부터 읽어 보면요. '희정(熙政)'은 정치를 빛낸다는 뜻인데,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 설명에 따르면 이 건물은 본래 임금의 침전(寢殿)이었다가 조선 후기부터 임금의 집무실로 쓰였습니다. 1496년(연산군 2년) 승문당이 소실된 자리를 다시 지으며 희정당이라 불렀고, 그 뒤 몇 차례 화재를 겪었네요.
지금 우리가 보는 희정당은 1917년 창덕궁 대화재로 불탄 것을, 1920년에 경복궁의 침전 강녕전(乾寧殿)을 헐어 다시 지은 것입니다. 한 궁궐의 건물을 헐어 다른 궁궐의 건물을 세운 셈이니, 건물 안팎에는 두 시대의 흔적이 겹쳐 있을 수밖에 없지요.
| 연도 | 연혁 | 기준 |
|---|---|---|
| 1496 | 승문당 중건 후 희정당이라 부름 | 조선 연산군 2년 |
| 1917 | 화재로 소실 | 일제강점기 |
| 1920 | 경복궁 강녕전을 헐어 중건 | 강녕전 부재 재사용 |
| 1985 | 보물 제815호 지정(1. 8.) |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 |
겹친 흔적은 건물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앞면 11칸·옆면 4칸의 전통 목조 건물인데 실내는 서양식으로 꾸몄고, 전통 건물에는 없는 자동차용 현관이 앞쪽에 달려 있어요. 응접실에는 김규진의 『금강산총석정절경도』 『금강산만물초승경도』 벽화가 걸려 있고요. 국가유산 설명은 이를 "시대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건축"이라 짚었습니다. 조선 후기부터 대한제국 시기까지 왕의 사무실이자 외국 사신을 접대한 공간이었으니, 한식과 서양식이 어우러진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였지요.
백(白)의 질서, 여백에서 만나는 조선의 미
전시는 이 여백 위에 펼쳐집니다. 10월 7일(수)부터 11일(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창덕궁 희정당에서 열리고, 입장은 당일 현장 순서로 받습니다. 대구간송미술관 '미인도실' 공간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백종환 WGNB 대표가 감독으로 나섰고, 국가무형유산 전승자 등이 참여해 희정당의 목조 구조와 공간 질서를 '백(白)'이라는 태도로 조명합니다.
제가 이 전시에서 특히 기대하는 점은, 흰 색을 장식이 아니라 비워 둠의 질서로 읽는 시선입니다. 임금의 집무 공간이었던 건물을 비우고 여백을 드러내면, 평소 가구와 전시물에 가려 보기 어려웠던 건물 자체의 골격이 보일 테니까요. 희정당이라는 그릇이 시대마다 어떻게 쓰였는지를 공예 작품과 함께 겹쳐 읽게 되는 자리입니다.
- 기간 : 2026년 10월 7일(수) ~ 10월 11일(일) 5일간
-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5시
- 입장 : 당일 현장 순서
- 장소 : 창덕궁 희정당
- 사전 예약 프로그램 : 9월 4일(금) 낮 12시부터 티켓링크에서 순차 예매
전시가 끝나면 여백은 다시 원래의 희정당으로 돌아갑니다 🫧
다음에 희정당을 만나면 1920년 강녕전 자재로 다시 세운 벽과 앞쪽 자동차용 현관을 한 번 짚어 보고 싶어요. 500년 넘게 침전이었다가 집무실이 되고, 불탄 뒤 다른 궁궐의 건물로 다시 태어난 벽 위에 이번엔 '백'이라는 오늘의 시선이 잠깐 얹힙니다. 전시라는 흔적이 지워진 뒤에도 건물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이번 주 궁궐에 가신다면, 빈자리가 무엇을 말하는지 한 번 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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