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가까이 닫혀 있던 문을 다시 여는 전시 🏺
국립중앙박물관은 9월 28일,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 중앙아시아실(307호)이 10월 12일부터 22일까지 임시 휴실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전시 준비를 위한 휴실이라는 설명이 붙었고, 이 자리는 10월 23일 다시 열리며 함께 「천년의 봉인을 열다-돈황 불교 사경 소장품 특별공개」가 열립니다.
창을 닫아 두는 동안, 그 안쪽에 무엇을 세팅해 둘지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10월 23일 재개관 전에는 실물을 볼 수 없지만, 공개될 사경이 어떤 것인지는 자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사경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2026년 2월 3일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전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유홍준 관장은 그 자리에서 중국 돈황 석굴 장경동에서 발견된 귀중본 불교 사경을 10월 16일부터 12월 6일까지 특별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공개될 사경의 이름을 그렇게 말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지하 수장고 유물이 40여만 점이 있어 관련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조사과정에서 돈황 장경동 문서 뭉치가 발견됐고 확인해보니 수나라 시기에 제작된 귀중한 사경이었습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2026년 2월 3일 신년 기자간담회
관장이 짚은 화두는 사경의 이름보다 수장고였습니다. 40여만 점이라는 규모는 수장고가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지를 말해 줍니다. 그리고 그 조사 한가운데서 발견된 사경이 593년, 중국 수나라 때 만들어진 《대지도론》 권 12 책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관장은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해당 사경은 영국 대영박물관에 있는 것보다 시기가 앞선 것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 소장품이 나왔다는 소식보다, 언제 쓰였는지를 앞세운 말이 이 일의 무게를 말해 줍니다.
장경동은 어떤 자리였을까요 🗺️
사경이 나온 자리는 중국 서역, 간쑤성(甘肃省) 돈황의 막고굴입니다. 막고굴은 동굴 735개가 모인 석굴군으로, 사실 동서 문물의 교환과 만남이 일어난 자리였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중앙아시아실을 ‘실크로드의 동서 문명이 통하는 길’로 안내하는 것도 이 맥락입니다.
이 실크로드는 기원전 2세기 무렵부터 인도·서아시아·중국 사이의 교류가 본격화되며 오아시스 도시들이 상업과 종교의 중심지로 번영한 길이라고 박물관은 설명합니다. 경주에서 로마까지 1만 2천 km, 기원전 15세기부터 16세기까지 약 3천 년. 사경 한 권이 오간 길 위에 놓인 유물이라는 사실, 그 자체로 이 길의 역사가 됩니다.
- 제목 : 「천년의 봉인을 열다-돈황 불교 사경 소장품 특별공개」
-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 중앙아시아실(307호)
- 재개관 : 2026년 10월 23일 (10월 12~22일 임시 휴실)
- 휴실 공지 : 박물관, 2026년 9월 28일
- 공개 사경 : 돈황 장경동 출토 《대지도론》 권 12, 수나라 593년 조성 (2026년 2월 3일 박물관 발표 기준)
- 계획된 운영 기간 : 2026년 12월 6일까지 (2026년 2월 3일 발표 자료)
- 보관 및 관리 : 지하 수장고 유물 약 40여만 점, 관련 조사 진행 중
실제 전시 구성과 관람 요금은 아직 박물관의 공식 안내가 나오지 않아 확인되지 않았어요. 개관 전에 공식 페이지를 다시 볼게요. 상설전시관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돼요.
다시 볼 자리에 남은 흔적들
사경은 종이에 적힌 글이라서, 다음 구경 포인트는 ‘글의 쓰임’으로 잡았습니다. 《대지도론》은 대품반야경의 주석서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같은 실크로드에서 대승불교 사문이 오가던 시기에 쓰였다는 점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종이의 결, 먹의 번짐, 권자(卷子) 형태의 두루마리 — 만져 볼 수는 없지만 눈으로라도 그 섬유와 획의 흐름을 따라가 보고 싶네요.
한편 그 자리에 늘 함께 놓여 있던 유물들의 흔적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로프노르의 샤오허 무덤에서 나온 3천 500년 전 양털 펠트 모자는, 실크로드가 건조한 환경이라는 사실 덕분에 오늘의 생활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 쓰고 있던 물건일수록 복원보다 흔적을 읽는 편이 나아 보여요.
10월 23일에는 사경의 글자와 나란히 놓인 벽화의 구멍 자국까지, 읽히는 자리들이 어떤 식으로 이어지는지 보고 싶습니다. 추측할 일이 아니라, 실제 진열 구성을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수장고 40여만 점의 조사 한가운데서 593년의 책이 나왔다는 건, 아직 분류되지 않은 자리에 아직 읽히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공개되는 사경도 그중 한 조각이고요.
다음에 전시실을 방문하시면, 《대지도론》 권 12의 종이와 먹의 흔적, 그리고 그 곁에 놓인 벽화와 「복희와 여와」 그림의 구멍 자국까지, 한 가지 디테일을 정해서 천천히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제가 또 보고 싶은 자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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