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 위에 새겨진 이름부터 볼까요 🏺
이 흔적 하나가 산성을 지키던 직책을 알려 줬습니다.
계룡산에서 석축 성터가 발견된 것은 1994년, 국립공원공단 직원이 순찰 중 성곽 자리의 흔적을 눈치챈 때였습니다. 지표조사가 이어지다 산성터에서 '계룡산방호별감(鷄龍山防護別監)'이라 새겨진 기와가 나왔습니다. 문헌에만 이름이 남아 있던 관직이, 흙과 불로 된 물건 위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방호별감은 고려 후기 몽고의 침략 때 산성 같은 지방 요지에 파견된 군 지휘관입니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그 직책은 남아 있지만, 누가 어느 산성을 지켰는지는 기록이 비어 있었습니다. 이 기와는 그 빈칸을 메우는 조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책의 이름이 물건 위에 남아 있으니까요.
계룡산성터에서 '계룡산방호별감'이라고 새겨진 기와가 발견된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방호별감은 고려 후기 왜와 몽고의 침략 때 산성 등 지방 요지에 파견된 군 지휘관이다.
연합뉴스, 2020. 7. 15.
계룡산성은 정상인 천왕봉(해발 846.5m)을 비롯해 쌀개봉·관음봉·문필봉·연천봉과 남쪽 계곡부에 걸친 약 4km 길이의 석축산성입니다. 내성과 외성으로 이루어진 복합 구조였습니다. 해발 600m가 넘는 험준한 지형에 둘레 5~7km로 쌓인 이런 성을 '험산대성(險山大城)'이라 부르며, 같은 형태의 산성은 대체로 몽고와의 5차(1254년)·6차 전쟁 무렵 축조됐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이 성이 정확히 언제 쌓였는지는 아직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산, 다른 이름의 시간을 겹쳐 보면
같은 자리에 여러 이름이 쌓이는 것도 이 산의 특징입니다. '산태극(山太極)·수태극(水太極)'의 형세로 최고의 길지로 여겨진 계룡산은 일찍이 국가 제사의 공간이었고, 불교의 요람이며 무속신앙의 성지였어요. 신앙의 종류가 달라도 산 앞에서 마음이 열린다는 점은 같습니다.
여기에 일상 쪽의 흔적이 더해집니다. 글로 남긴 계룡산의 정취와, 도공들의 손끝으로 만든 학봉리가마 철화분청사기 옆에, 산을 오르다 쉰 사람들의 시간이 붙어 있습니다. 산성은 피난처였고, 가마는 불씨를 살렸습니다.
전시실 세 개의 배치, 그리고 관람 정보
국립공주박물관은 2026년 9월 22일부터 이 특별전을 열고 있습니다. 기간은 2027년 3월 1일까지고 장소는 기획전시실입니다. 개관 80주년을 맞아, 계룡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리려는 지역의 발걸음과 함께하려고 기획된 전시입니다. 내용 역시 셋으로 나뉩니다.
| 구성 | 다루는 시간 | 보이는 흔적 |
|---|---|---|
| 1부 영성의 산 | 국가 제사·불교·무속 | 옛 지도와 문헌, 사찰에서 온 성보 |
| 2부 산과 사람 | 고려 대몽항쟁기~조선 | 산성터, 방호별감 기와편, 학봉리가마 철화분청사기 |
| 3부 살아 있는 산 | 1968년 국립공원 지정 이후 | 천왕봉·관음봉·삼불봉 능선, 사찰, 생물 |
전시 규모는 계룡산 관련 유물 150건으로, 이 가운데 월인석보판목과 김시습초상 등 보물 12점이 포함됩니다. '계룡팔경, 계룡산의 하루, 계룡산 산신제' 등의 영상도 함께 상영됩니다. 문헌만이 아니라 산의 하루를 담은 영상까지 겹쳐 놓은 구성입니다.
- 기간 : 2026년 9월 22일(화)~2027년 3월 1일(월)
- 장소 : 국립공주박물관 기획전시실
- 관람 : 무료, 화요일~일요일 09:00~18:00
- 휴관 : 매주 월요일(대체공휴일인 경우 화요일), 1월 1일·설날·추석
- 문의 : 국립공주박물관 041-850-6300
다음에 보고 싶은 디테일
저는 방호별감 기와가 전시에서 어떻게 읽히는지, 그리고 남쪽 계곡부 외성에서 나올 유물이 어떤 것일지 먼저 보고 싶어요. 사무소도 발굴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혀 두었습니다. 아직 안 알려진 부분이 남아 있다는 점 자체가 이 유물의 매력이라 봅니다.
산은 신앙의 자리였고, 피난처였고, 그저 산이었습니다.
층위가 다른 이름들이 한 산 위에 포개졌다는 사실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기 위해 이 자리를 선택했다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공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그 층이 발밑의 계단처럼 이어져요. 2027년 3월 1일까지이고, 월요일 쉬는 날을 피하면 남은 시간은 넉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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