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은 죽은 이의 자리가 아니라, 살아 온 하루가 남은 자리더라고요 🏺
국립김해박물관에서 9월 18일 문을 연 특별전 「창원 현동 사람들 이야기: 가야, 바다, 무덤」이 지금 진행 중입니다. 배모양 토기와 낙타모양 토기 같은 상형토기 3점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는 소식에, 오늘 이 흔적부터 함께 볼까요.
900여 기 무덤 밑에, 마을이 있었네요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 바다 가까이에 자리한 이곳은 청동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이어진 복합유적입니다. 1989년 창원대학교박물관 조사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발굴이 이어졌는데, 지금까지 확인된 삼국시대 무덤이 900여 기를 넘습니다.
그런데 이 유적이 눈에 띄는 이유는 무덤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무덤과 함께 생활 공간과 생산 시설이 같은 자리에서 확인됐다는 점이에요. 지금까지 출토된 유물만 8,500여 점에 이릅니다. 죽은 이를 묻고, 그 옆에서 사는 사람들이 살았다는 뜻이죠.
무덤만 있던 곳이 아니라 마을이었던 것. 이번 전시는 그 발굴 성과를 처음으로 종합해, 현동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447건 951점을 한자리에 내놓았습니다.
현동 399호 무덤에서, 배 하나가 떠오르다
전시의 얼굴은 상형토기 3점입니다. 배모양 토기 2점과 낙타모양 토기 1점. 현동에서 나온 상형토기는 이 세 점이 전부인데,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본뜬 토기가 무덤에 들어갔다는 것, 이 부분이 마음에 남네요. 바다를 오가며 물자를 나르던 삶이 그 사람에게 얼마나 중심이었는지, 부장품 하나가 말해 주는 셈입니다.
그리고 낙타모양 토기. 5세기대에 만들어진 이 토기는 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에 사는 단봉낙타를 본뜬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 한반도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동물이죠. 본 적이 있어서 만들었는지, 들은 이야기를 상상해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이 마을 사람들 눈앞의 세계가 바다 한쪽에 닿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작은 토기 하나에 1,600년 전 가야 사람들이 바라보고 상상했던 바깥세계가 남아 있다니, 유물이라는 물건의 힘을 다시 느끼는 자리였습니다.
농사 짓고, 철 다루고, 떠나 보내던 하루
1부 '바다 너머의 세계'를 지나 2부 '삶의 터전, 현동'에서는 시선이 일상으로 옮겨 옵니다. 농사를 짓고, 물건을 만들고, 철을 가공한 흔적. 그리고 죽은 이를 묻고 장례를 치른 흔적이 함께 펼쳐집니다.
가야는 철 생산과 해상교류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그 화려한 이름 뒤에는 먹거리를 마련하고 도구를 만드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하루가 있었겠지요. 전시의 기조도 여기에 있습니다. 왕과 지배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무덤과 유물의 흔적으로 읽어 내는 겁니다.
함안 지역 양식 토기가 현동 무덤에서 나오는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물건이 오가면 사람도 오간다는 얘기죠. 여러 지역 사람들이 이 길목을 오가며 물자와 문화를 주고받았던 흔적이 땅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덩이쇠와 초대형 무덤 — 마을이 변하는 흔적
3부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4세기 후반에서 5세기 전반의 현동에 주목합니다. 이 시기 현동에서는 여러 지역의 특징을 보여 주는 토기와 함께 덩이쇠의 출토량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덩이쇠는 일정한 형태로 만들어진 철 소재로, 당시 철이 생산되고 유통되던 과정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화폐처럼 쓰이기도 했다고 하니, 철이 곧 돈이던 시대의 증표죠.
그리고 무덤의 규모가 달라졌습니다. 길이 5m 이하의 중·소형 무덤이 대부분이던 자리에 7~8m 이상의 초대형 무덤이 등장합니다. 무덤의 크기는 사회의 크기입니다. 사람이 모여들고, 물자와 문화가 오가고, 공동체가 어떤 모습으로 굳어져 갔는지 — 무덤 한 자리의 치수 변화가 그 시대의 흐름을 말해 줍니다.
보고 만지고, 향기로 만나는 전시
이번 전시의 재미는 유물을 '보는 것'에 두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형 프로젝터 영상과 공간을 채우는 소리로 1,600년 전 현동의 자연과 사람들을 그려내고, 향기로 당시의 생활환경까지 감각으로 붙잡게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관람객을 위한 촉각전시물도 마련되어, 유물의 형태를 손으로 느껴 볼 수 있습니다. 체험 영상 '나만의 현동 무덤 만들기'에서는 내가 무엇을 부장품으로 남길지 고르게 되는데, 무엇을 무덤에 넣을지 고민하는 순간이 곧 고고학자의 질문이 됩니다.
"제가 몰랐던 새로운 것을 보게 된 것 같아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걸 알고 왔으면 좋겠어요."
LG헬로비전 방송, 관람객 신종철 씨
"1,600년 전의 가야의 모습을 사람들이 조금 더 감각적으로 느껴보셨으면 하는 부분이어서, 시각적·청각적, 그리고 촉각적·후각적 모든 부분에서 가야를 느껴보실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해 보았습니다."
국립김해박물관 관계자, 연합뉴스TV 방송 인용
다음에 보고 싶은 디테일
관람 정보를 표로 남겨 둡니다. 특별전은 기획전시실(가야누리 3층)에서 진행되며,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입니다.
| 구분 | 내용 |
|---|---|
| 전시 기간 | 2026년 9월 18일 ~ 2027년 2월 14일 |
| 장소 | 국립김해박물관 가야누리 3층 기획전시실 |
| 전시품 | 447건 951점(상형토기 3점 포함)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
| 관람 시간 | 9:00~18:00(입장 마감 30분 전) |
개인적으로 다음에 꼭 들여다보고 싶은 자리는 두 곳입니다. 첫째, 낙타모양 토기의 등 부분. 단봉의 모양새가 실제 본 낙타인지, 전해 들은 이야기인지 — 표면의 손자국을 따라가 보면 장인의 상상이 어디서 걸렸는지 읽힐 것 같습니다.
둘째, 배모양 토기의 뱃머리. 399호 무덤의 주인이 바다를 어떻게 보았는지, 배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서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출토된 무덤의 번호와 물건의 방향이 겹쳐 보이는 순간, 무덤이 다시 살아 움직입니다.
왕의 이름은 남지 않았어도, 하루를 살아낸 흔적은 900여 기 무덤에 그대로 남아 있었네요 📜
1,600년 전 현동 사람들이 무엇을 만들고 먹고, 죽음을 떠나보냈는지가 무덤과 유물로 전해 옵니다. 이번 달 가야가 궁금하시다면, 낙타모양 토기 앞에 한 번 서 보시길 권합니다. 상상의 세계가 얼마나 멀리 닿아 있었는지, 작은 토기가 말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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