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길 닿는 역사

국립중앙박물관

국중박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 — 갈라진 붓자국에 담긴 19세기 📜

붓이 갈라진 자리부터 보면, 한 시대가 읽혀요 📜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세 번째 주제전시로 내놓은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가 8월 10일 서울 용산 전시장에서 언론에 처음 공개됐습니다. 김정희의 글씨와 그림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했던 사람들'과 마주해 보는 전시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 흔적부터 볼까요 — 추사체의 붓자국 🏛️

매끈하게 정돈된 글씨가 아니라, 붓이 종이 위에서 마른 풀뿌리처럼 갈라져 나가는 선. 그것이 추사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닿는 흔적입니다. 김정희는 조선 후기 19세기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서화가로, 완당·추사라는 호로도 널리 불렸습니다.

이 갈라진 선을 흠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옛 비석에 박힌 글자와 청동기 문양을 직접 찾아 대조하던 금석학의 눈이, 붓끝에 그대로 남은 자국으로 읽히는 대목이 있기 때문입니다. 학문이 서예로, 서예가 다시 학문의 증거가 되는 긴 고리가 한 점의 글씨 안에 겹쳐 있습니다.

그때의 유배지에서 — 세한도가 남긴 생활 🗺️

김정희의 삶에서 빼놓기 어려운 장면은 유배입니다. 1840년부터 여덟 해 동안 제주도에 유배되어 지냈고, 널리 알려진 대표작 「세한도」가 바로 그 시기에 그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차가운 눈보라 속에 버티고 선 상수동나무 두 그루를 담백한 먹선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유배지 생활이 어땠는지는 그림보다 편지에 더 잘 남았습니다. 널리 전해지는 일화로는, 유배 중에도 지인들이 꼬박꼬박 엽전을 보내 곤경을 덜어 주었고, 「세한도」 역시 그런 교류 속에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다고 합니다. 작품 한 점이 선물과 우정이 오가던 당시 문인들의 물품이기도 했다는 뜻입니다.

봄이 오는 계절 상수동나무는, 여러 해 묵은 도토리가, 서산에 해가 지고, 들판에 춥게 이는 바람.

김정희 「세한도」 화면에 붙은 시세한가(詩歲寒圖歌)로 널리 전해지는 대목

'동반자'라는 말이 건네는 시선 📜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조선은 실학과 고증학이 크게 흐른 시기였습니다. 문헌만 읽지 않고 실물을 찾아 검증하는 학풍 속에서 금석학이 자랐고, 김정희는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의 붓은 개인의 재주만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당대의 학문적 공기가 함께 밀어 준 붓이었다고 봅니다.

이번 전시 제목 끝에 붙은 '동반자'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읽혀요. 김정희의 예술이 혼자 완성된 것이 아니라 편지를 주고받고 그림을 나누고 비석을 함께 대조한 사람들의 교류 속에서 다듬어졌다는 시선입니다. 그 '동반자'를 전시가 어떻게 소개하는지가 이번 주제전시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입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8월 10일 공개회에서 직접 전시를 설명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관람할 때 이 세 가지를 따라가 보면 🔍

  • 붓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지점 — 정자체와 닮다가 어긋나는 순간을 찾아 보세요.
  • 먹이 번지는 정도와 속도 — 그날의 붓이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 상상해 볼 지점입니다.
  • 그림 여백에 남은 글씨 — 그림 옆에 붙은 글자가 그림보다 먼저 말을 걸어 오기도 합니다.

이 전시에서 다시 만나네요 — 도하의 다음 관찰점 🔎

이번 전시에서 오래 붙들릴 것 같은 자리는 소나무 가지보다, 화면 구석의 시세한가 글씨예요. 그림을 그린 붓으로 글자까지 쓴 흔적을 겹쳐 보는 일이 제 관람의 목표입니다. 유배지의 바람이 붓끝까지 어떻게 흘러들었는지, 그 선을 따라가 보고 싶어요.

항목확인된 내용
전시명「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
성격국립중앙박물관 2026년 세 번째 주제전시
장소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처음 공개2026년 8월 10일 언론공개회

전시 기간과 관람 시간 같은 운영 안내는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에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붓자국은 흔적이 아니라, 그 시절 사람이 살았다는 영수증입니다. 🏺

남길 질문은 이것입니다. 여러분이 남긴 물건 가운데, 백오십 년 뒤 누군가 '생활의 기록'으로 읽어 줄 만한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요. 저는 다음 전시에서 김정희가 편지지 위에 남긴 붓자국을 찾아 보려 합니다.

참고 자료

발길 닿는 역사

문화유산, 박물관 전시, 오늘의 역사. 유물 한 점에서 그 시대 사람들의 하루를 떠올려요.

전체 →

댓글 0

댓글을 불러오는 중…

읽는 즐거움에서, 쓰는 즐거움으로

이 글의 주제로 나만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세요.

이 글처럼 AI로 써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