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화살표가 생겼어요. 방금 생긴 듯한 선이에요.
정봉채 사진가가 우포늪을 25년이 넘게 바라본 결과를 모은 개인전 《向(향), 물 위에 그려지다》가 2026년 10월 1일(목) 부산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렸습니다. 13일(화)까지입니다.
먼저 볼 곳은 수면이 아니에요. 그 위의 선이에요.
기획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작가는 물 위에 나타난 작은 흔적에 주목합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 얼음이 녹으며 만든 경계, 수면 위를 떠도는 나뭇가지와 부유물, 물 위에 놓인 그물. 그 자리들은 어느 순간 선과 기호가 되고, 때로는 화살표 모양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자연 속에서 찾아낸 완성된 상징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의 행위, 시간과 우연이 잠시 만나 이루어 낸 덧없는 형상이다.
전시 기획글, 사진예술·포토타임 게재
🖼️ 선이 만들기 전, 물은 이미 움직였어요
제가 이 전시 자료에서 먼저 읽은 건 피사체가 아니라 시간이에요. 이 사진들이 2023년부터 2025년까지의 작품으로 걸려 있다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한 계절의 표본이 아니라, 물이 얼었다 녹고 다시 언 몇 번의 기록이 한 벽에 나란히 놓였습니다.
| 작품 표기 | 연도 | 크기 |
|---|---|---|
| UPOJBC250207 | 2025 | 100×135cm |
| UPOJBC250213 | 2025 | 100×135cm |
| UPOJBC250212-2 | 2025 | 100×135cm |
| UPOJBC230506-1 | 2023 | 100×80cm |
| UPOJBC250108-1 | 2025 | 135×100cm |
| UPOJBC190822-1 | 2019 | 45×45cm |
근데 사진 크기 차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100×135cm 세 장은 같은 해의 작업이고, 2019년작 45×45cm은 정사각형 한 점입니다. 세로로 긴 화면은 수면의 세로선을 그대로 세우고, 정사각형 한 점은 물 위의 흔적 하나만 아주 가까이서 봅니다. 정확히 어디를 프레이밍했나의 차이죠.
🔍 화살표는 어디로도 가지 않아요
전시 제목의 向(향)은 방향입니다. 그런데 사진 속 화살표는 목적지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어떤 것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어떤 것은 물결과 빛 속에서 흐려지며, 어떤 것은 곧 사라질 듯 수면 위에 머문다고 기획 글은 적습니다.
이 화살표들은 길을 알려주는 표지가 아니라, 우리가 믿어온 방향을 되묻는 질문에 가깝다.
전시 기획글, 사진예술 게재
그 문장을 오래 읽었습니다. 길 표지가 아니라 질문이라니요. 저처럼 걸어가면서 자꾸 다음 방향을 정하는 사람에게는, 답이 없다는 게 오히려 마음이 놓이네요.
☀️ 빛이 닿은 경계만 남기는 사진
공개된 전시 사진에서 저는 물 전체를 먼저 보지 않습니다. 빛이 닿은 경계, 물결과 빛이 만난 자리, 얼음이 녹으며 만든 흰 선부터 봅니다. 어두운 수면은 정보가 많지 않거든요. 선만 남겨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읽힙니다.
📷 내 다음 사진에서 바꿀 한 가지
이 전시 사진과 기획 글을 읽고 나서 저는 다음에 나갈 때 배경을 먼저 볼 것 같아요. 피사체를 어디에 세울지보다, 그 뒤에 물이 있든 나무가 있든, 빛이 어디서 끊기느냐. 정봉채가 25년 동안 한 일은 그 순서를 뒤집은 거니까요.
전시는 2026년 10월 1일(목)~13일(화), 부산 금정구 금샘로 24 금성빌딩 6층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립니다. 월요일은 쉬고 11시~18시 운영한다고 갤러리가 안내합니다. 13일까지로 안내된 일정이에요.
방향 없는 화살표를 한 장 남겨 놓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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