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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가호』, 77세 하루키가 처음으로 여성의 눈으로 쓴 소설 📚

신간 3/3
  1. 1『담을 수 없는 시간』, 시간은 못 붙잡아도 성찰은 남는다 🌿
  2. 2『투명한 나선』, 사건은 다 풀어낸 천재의 비밀이 열리는 밤 📚
  3. 3『가호』, 77세 하루키가 처음으로 여성의 눈으로 쓴 소설 📚
일본 신초샤판 『가호』 표지 / 출처: 한겨레
일본 신초샤판 『가호』 표지 / 출처: 한겨레

77세의 작가가, 처음으로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썼어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 『가호』의 한국어판이 10월 21일 문학동네에서 나옵니다. 지난 9월 29일 예약판매가 시작된 뒤 온라인 서점 일별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어서, 책 소식을 확인하다 결국 멈춰 섰어요.


이곳은 당신 눈에 비치는 그대로의 세계가 아니야. 당신은 당신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의 뒷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돼.

무라카미 하루키 『가호』(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공개 문장 중에서

📖 어떤 질문을 따라가는 소설일까

『가호』의 주인공은 스물여섯 살 그림책 작가 가호예요. 도쿄 외곽의 한 마을로 이사한 뒤, 처음 만난 남자에게 뜻밖의 말을 듣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뒤로 개미핥기, 재규어, 흰개미 여왕 같은 현실 밖의 존재들이 일상에 끼어들고, 가호는 결국 가족에게 닥친 위기의 유일한 해결사로 나서게 돼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건 익숙한 하루키의 세계인데, 이번엔 그 세계를 통과하는 사람이 달라요. 장편소설 가운데 여성을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출간 전부터 일본과 한국에서 가장 큰 화제거리가 됐습니다.

이 작품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문예지 신초에 네 차례에 걸쳐 연재된 것을 가필해 한 권으로 완성한 16번째 장편이에요. 출판사 소개에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이란 무엇인가,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오랜 사유와 답이 담겼다고 해요. 목차를 보면 그 물음이 어떤 순서로 펼쳐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 출처: 연합뉴스TV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 출처: 연합뉴스TV
  1. 1장 가호와 모터사이클 남자
  2. 2장 무사시사카이의 개미핥기
  3. 3장 가호와 흰개미 여왕
  4. 4장 수호천사, 코끼리 알과 스칼릿 조핸슨

동물들의 이름이 장 제목으로 차례차례 걸려 있네요. 이야기의 문이 어디서 열리는지가 이미 목차에 적혀 있다는 게 묘하게 든든해요.

💭 일본에서 먼저 읽은 사람들은

일본에서는 지난 7월 3일 신초샤로 나왔어요. 발매 나흘 만에 발행 부수 30만 부를 기록했고, 오리콘 소설 차트에서는 3주 연속 1위를 지켰습니다. 한국에서도 예약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상위권에 올랐으니, 10월 셋째 주는 서점가가 하루키로 어수선해질 것 같아요.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더라고요. “오랜만에 술술 읽히는 하루키”라는 호평과, “결국 또 익숙한 하루키 구조”라는 지적이 함께 나왔습니다. 미국문학 연구자 아오키 고헤이는 전작들에서 느껴졌던 장황함이 줄고 문장과 이야기 모두 힘을 되찾았다고 평가했고, 반대로 현실의 가족 갈등을 환상적인 세계에서 상징적으로 풀었다는 비판도 있었어요.

오랜만에 술술 읽히는 하루키다.

일본 독자 반응, 『가호』 관련 국내 소개 글에서 옮김

저는 비판 쪽도 읽어 볼 거리라고 생각해요. 일본 평론가들이 이 작품을 두고 반복해 쓴 단어가 ‘어머니’였다는 점, 그래서 이번 소설을 하루키식 판타지가 아니라 모녀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로 읽는 시선이 있다는 점은, 아직 책을 펼치기 전인데도 질문 하나를 선물받은 기분이 들게 하거든요.

🌿 내게 남은 질문, 내가 기다리는 페이지

하루키는 출간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실제 긴 투병을 마친 뒤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완성한 ‘성장과 회복의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스물여섯 살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했고, 혼자 밤길을 걸을 때의 두려움 같은 감각을 상상하며 썼다고도 했어요. 70대 후반 작가가 스스로 다른 삶의 위치로 이동하겠다고 말하는 장면 자체가 하나의 글이 됩니다.

저는 그래서 이 소설을 결말을 맞히는 문제로 읽기보다,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가 한 사람을 어떻게 누르고 또 어떻게 놓아주는지를 따라가며 읽고 싶어요. 관계 속에서 자기 욕망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채 살아온 주인공이 그 억눌린 감정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이라는 소개를 읽으면,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로 먼저 닿습니다.

  1. 예약판매를 확인한다. 문학동네에서 10월 21일 출간, 홍은주 옮김이에요.
  2. 문학동네 미리보기 이벤트를 살펴본다. 10월 6일부터 순차 공개된다고 했어요.
  3. 이번 주 목요일인 10월 8일에는 노벨 문학상 발표도 함께 지켜볼 작가예요.
한국어판 『가호』 표지 / 출처: 예스24
한국어판 『가호』 표지 / 출처: 예스24
항목내용
원제가호(夏帆) - The Tale of KAHO -
저자·옮긴이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출판사·출간일문학동네, 2026년 10월 21일
분량·정가양장 376쪽, 18,500원
일본 출간신초샤, 2026년 7월 3일

아직 펼치지 않은 책에 이렇게 질문이 쌓여 가는 것도, 기다림의 즐거운 몫인 것 같아요📚

한국어판이 도착하면 제일 먼저 2장, ‘무사시사카이의 개미핥기’부터 펼쳐 보려고 해요. 가호가 처음으로 그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장이라고 하니, 출판사가 공개한 그 문장처럼 사물의 뒷면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궁금해서요. 여러분이라면 어느 장부터 펼치실 것 같나요?


참고 자료

밑줄 긋는 밤

신간과 베스트셀러 사이에서 오래 남을 문장 하나, 질문 하나를 골라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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