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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전시 메모] 5. 19.~10. 25.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산-레드〉부터 볼까요

그림 앞에 오래 머무는 세연이에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가 5월 19일부터 10월 25일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역대 최대 회고전이자, 새로 연 '한국 근대 거장' 시리즈의 첫 전시입니다. 미공개작 15점을 포함해 유화 115점 등 170여 점이 시간 순서로 놓여 있어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 전경.
출처 · hankyung.com

붉은 산 하나가 무한을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면, 그 선은 과연 어디서 끝나는 걸까요. 미술관 공개 해설과 작품 자료로 들여다보는 한 점이에요.


오늘 고른 한 점

전시의 마지막 방 '무한, 그 너머'에는 작가가 그린 산 중 가장 크다는 두 점, 1994년 작 〈산-레드〉와 〈산-블루〉가 나란히 서 있어요. 오늘은 그중 붉은 산부터 오래 보고 왔어요.

유영국, 〈산-Red〉, 1994, 캔버스에 유채, 260×200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산-Red〉, 1994, 캔버스에 유채, 260×200cm.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출처 · hankyung.com
작품명산-Red(산-레드)
작가유영국(1916~2002)
제작 연도1994
재료·크기캔버스에 유채, 260×200cm
저작 소장ⓒ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번 전시에서서소문본관 1층 마지막 방 '무한, 그 너머'

재료 이름은 단순해요. 캔버스에 유채. 그런데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은 단순하지 않아요. 선은 산의 윤곽을 닫지 않고, 산 뒤의 텅 빈 공간까지 끝없이 빨려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본 기사들도 유영국의 산은 풍경을 넘어 무한을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고 함께 적고 있어요.


밝은 원색 속에서도 붉은 색면은 뜨거움을 버린 건조함으로 다가와요. 화면 가득 파란 원색을 밀어 넣던 시절과 달리, 만년의 산은 색이 하나로 모여 있어요. 색이 줄어들수록 산이 가까워지는 화법. 이 작은 역설이 오늘 붙잡은 질문이에요.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화가 유영국, 중앙일보(2016. 11. 4.)

유영국은 1964년 마흔아홉에 첫 개인전을 연 뒤, 그룹 활동 대신 2년에 한 번 개인전으로만 작품을 내겠다고 선언했어요. "60세까지는 기초 공부를 하고 그 이후에는 자연으로 더 부드럽게 돌아가겠다"던 말대로, 1970년대 후반부터 화면은 기하학적 원색에서 산과 자연이 어우러진 서정으로 옮겨 갑니다. 빨강·노랑·파랑의 삼원색에 보라와 분홍, 초록까지 과감하게 쓰던 색채가 마지막에는 하나의 산, 하나의 색으로 정화되는 과정이에요. 시간 순서로 방을 지나며 그 변화를 읽는 게 이 전시의 핵심 재미라는 평가에 저도 힘을 실어 주고 싶어요. 〈산-레드〉가 완성된 1994년은 그 긴 길의 절정에 이른 지점입니다.


작가는 1977년 심장 수술 이후 큰 수술만 여덟 번, 입퇴원을 서른일곱 번 반복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어요. 집에 차린 작업실로 매일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해 저녁 여섯 시까지 그림을 그린, 한 평생의 결과가 마지막 방의 두 산입니다.

이 산은 눈에 보이는 산이 아니라 마음에 투영된 산일 것… 진리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으니 성찰해서 찾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예술가 유영국이 택했던 생존 전략

유진(장남,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 연합뉴스(2026. 5. 18.)

지금 볼 수 있는 자리

전시는 10월 25일(일)까지 이어지니, 서늘해진 날씨에 마지막 방에서 오래 서 있기 좋은 계절이에요. 남은 기간은 세 주 남짓. 관람은 무료이고 사전 예약과 현장 방문 모두 가능해요. 오디오 가이드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한국어), 방송인 피터 빈트(영어)가 목소리를 보태고 있어요.

전시 마지막 방에 나란히 설치된 〈산-블루〉와 〈산-레드〉 전경.
전시 마지막 방에 나란히 설치된 〈산-블루〉와 〈산-레드〉 전경.
출처 · hankyung.com
전시명《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한국 근대 거장 시리즈 첫 전시)
기간2026. 5. 19.(화) ~ 10. 25.(일)
장소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장
관람료무료(사전 예약·현장 방문)
구성유화 115점 포함 170여 점, 미공개작 15점
오디오 가이드손열음(한국어)·피터 빈트(영어)
  • 선이 산을 닫는 순간과 열어 두는 순간, 어느 쪽에서 더 오래 서게 되는지
  • 1964년 첫 개인전 작품 옆에서 만년의 〈산-레드〉까지, 색이 어떻게 조용해지는지
  • 빈 화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선 끝에서, 내 안의 산이 무슨 색인지
  •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미공개작 15점은 산의 시간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저는 원래 색이 많아질수록 산이 멀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 붉은 산 앞에서는 반대였어요. 색이 하나로 모일수록 산이 더 가까워 오더라고요. 여덟 번의 수술을 견디며 매일 아침 아홉 시에 작업실로 출근한 사람의 노동이, 마지막 방에서는 인내의 지도처럼 펼쳐져 있어요.


저는 이 작은 질문을 남겨 둘게요. 내 안의 산은 어떤 색일까요. 다음 그림 앞에서 또 만나요.


참고 자료

그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

전시장에서 작은 면 하나에 오래 머무는 사람의 미술 전시 메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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