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앞에 오래 머무는 세연이에요.
미술관 공개 해설과 작품 자료로 들여다보는 한 점이에요. 10월 7일 기준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페이지에 정리된 내용을 봤어요.
속을 들여다보는 그림은 왜 몸이 아니라 기계의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이 작은 면에서
2026년 10월 21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과 3층 전시실, 3층 크리스탈 갤러리에서 《린 허쉬만 리슨: 나의 [나]들》가 열립니다. 2027년 2월 21일까지고, 관람료는 무료예요. 2026년 전시 의제가 '기술'이라서, 이 자리는 특히 그 계기에 맞아떨어졌다고 미술관 안내에서 설명합니다.
작가는 1941년생 미국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인 린 허쉬만 리슨. 60여 년 작업을 조망하는 개인전이고, 아시아 최초 미술관 개인전이라고 미술관은 밝힙니다. 아직 열리기 전이라 이번 글은 전시실 대신 소개된 주요 작품 18점 목록과, 그중 한 점 앞에서 서서 쓰는 글이에요.
| 작품명 | 〈엑스레이 맨〉 (X-Ray Man) |
|---|---|
| 작가 | 린 허쉬만 리슨 (1941~) |
| 연도 | 1970 (서울시립미술관 기재) |
| 재료 | 아크릴, 연필, 레터셋, 플렉시글라스 / 나무 |
| 소장처 | 하르트비히 미술 재단 소장, 네덜란드 문화유산청 국가 소장품 기증 예정 |
| 제시된 전시 | 《린 허쉬만 리슨: 나의 [나]들》 |
| 기간 / 장소 | 2026.10.21~2027.02.21,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
한 가지 조심스러운 기록을 먼저 남겨 둘게요. 이 작품의 재료는 아트 바젤 카탈로그에 아크릴, 연필, 레터셋, 플렉시글라스를 나무 위에 얹은 것으로 실려 있고, 거기에 연도는 1973으로 적혀 있어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페이지에는 1970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연도가 다르면 재료의 층이 조금 달라지니, 개관 뒤에 보면 이 차이를 염두에 두고 읽는 편이 좋겠어요. 두 기관이 다른 연도를 적은 그 차이 자체가, 한 작품의 기록이 어떻게 옮겨가는지 보여 주는 것 같기도 해요.
재료를 다시 읽으면
재료 목록만 보면 플렉시글라스가 얇아 그 아래 나무의 결이 비칠 수도 있겠어요. 연필 선 위에 아크릴이 얹히고, 레터셋이 글자를 붙여 두었을 테고요. 재료가 네 가지나 겹쳐 있다는 건, 이 그림이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혀요. 줄이고 덧그은 흔적도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선이 어디에서 왔는지 작가 스스로 설명해요. 1960년대 중반부터 여성 인체를 기계와 겹쳐 그렸고, 기관을 형광 아크릴과 물감으로 강조하면서 톱니바퀴와 레버, 시계 같은 부품까지 그 안에 얹었어요. 그리고 종이를 구겨 넣고 복사기를 통과시켜, 주름을 잉크로 더듬게 만들었습니다. 그림이 손에서 나온 것인지 기계에서 나온 것인지, 경계가 흐려진 채로 남는 것. 그게 이 자리의 서늘한 질문 같아요.
It was an investigation of reality — what is fact, what is fiction, and how do we determine it?
린 허쉬만 리슨, 카를라 가니스와의 인터뷰 (Right Click Save, 2023년 10월 18일)
사실과 허구, 무엇이 근거가 되는가를 묻는 이 물음에, 그녀는 1970년대 이후 십 년 동안 스스로 만든 인물을 세상에 통과시키며 답합니다. 로베르타 브이트모어라는 가짜 신분으로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정신과 의사의 편지를 만들어 사실이 증명되는지 지켜봤죠. 오늘날 신원 정보가 알고리즘으로 옮겨 붙는 시점에서 보면, 그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처럼 남아 있어요.
전시 목록에 〈사이버로베르타〉가 1996/2026으로 적혀 있는 것도 눈여겨보세요. 30년 전 인물이 2026년으로 이어져 같은 자리에 놓였습니다. 이번 개인전이 '기술' 의제에 응답하는 자리라는 설명과도 맞물려요. 화면 속 인물이 시대를 건너서 계속 말하는 것 같아서, 개관하면 두 점을 나란히 두고 오래 보고 싶어요.
참고한 자료: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상세 페이지 SeMA 전시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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