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앞에 오래 머무는 세연이에요. 미술관 공개 해설과 작가 인터뷰 자료로 들여다보는 한 점이에요.
출처 · SeMA - 전시 상세
왜 하필 이렇게 가까이 다가갔고, 색은 이렇게 질렸을까요. 플래시가 밀어붙인 한 장 앞에서 오래 서게 된 이유를 적어 봐요.
오늘 고른 것은 마틴 파(1952–2025)의 〈뉴브라이턴, 영국〉, 1983–85예요. 잉글랜드 리버풀 앞바다의 해변 휴양지 뉴브라이턴에서 1983년부터 1985년 사이에 찍은 사진으로, 작가를 일약 유명하게 만든 시리즈 The Last Resort에 속해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홈페이지의 전시 자료와 매그넘 포토스, 마틴파 재단의 공개 글을 나란히 놓고 읽었어요.
| 작품명 | 〈뉴브라이턴, 영국〉, The Last Resort 시리즈 |
|---|---|
| 작가 | 마틴 파(Martin Parr, 1952–2025) |
| 제작 연도 | 1983–85년 촬영 |
| 재료 | 컬러 사진. 6×7 중형 필름 카메라(플라우벨 마키나 67), 카메라에 부착한 플래시 |
| 관련 전시 |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2026. 7. 16.–10. 18. |
이 작은 면에서
먼저 눈에 걸리는 건 색이에요. 하늘도 살결도 기억 속 휴가 사진보다 포화 상태에 가깝게 질려 있어요. 매그넘 포토스 공개 글은 이 시기 파의 사진을 포화된 색과 카메라에 부착한 플래시로 찍은 것으로 설명해요. 플래시는 밤에 쓰는 도구가 아니라 한낮 해변에서 인물의 얼굴을 다시 한번 밝히는 조명으로 붙었고, 그래서 그늘은 사라지고 색은 더 진해져요.
파는 이 밝고 강한 색의 언어를 상업 사진과 스티븐 쇼어, 윌리엄 이글스턴 같은 미국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에게서 배웠다고 말해요. 매그넘 포토스 홈페이지에 실린 그의 말은 이렇게 끝나요. "컬러도 진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그들에게서 받았다."
출처 · The Last Resort • Martin Parr • Magnum Photos
새로운 기법을 받아들일 때면 언제나 먼저 해변에 적용해요. 무엇이 가능한지 실험해 보는 거죠.
마틴 파, 매그넘 포토스 홈페이지(2018. 8. 2. 발표)
해변이 파에게는 실험실이었다는 말이에요. 뉴브라이턴은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간 자리이자, 6×7 중형 필름으로 바꾼 자리였고, 이후 표준 렌즈에서 매크로, 망원으로 이어지는 렌즈 실험의 시작점이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사진 찍히기를 기다리며 누워 있으니까"라는 그의 말처럼, 재료를 바꿔 볼 무대로 해변을 골랐던 거예요.
재료를 다시 읽으면
재단 쪽 자료가 재료의 이름을 정확히 알려 줘요. 마틴파 재단은 2026년 2월부터 5월까지 The Last Resort 40주년 전시를 열면서, 파가 이 시리즈에 쓴 플라우벨 마키나 67 카메라 원본을 함께 전시했어요. 6×7 판의 중형 필름 카메라예요. 원작 사진집은 1986년 파가 직접 낸 프로마나드 프레스에서 나왔고, 같은 해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도 전시되었어요. 올해는 이 시리즈의 40주년이 되는 해예요.
6×7 필름은 화질 얘기만이 아니에요. 중형 카메라는 들고 돌아다니기 번거롭고, 한 컷 찍는 데 정성이 들어요. 그런 무거운 재료를 인파 속 해변에 들고 가서, 플래시를 켜고, 무릎까지 들이밀고 찍는다. 화면이 짜릿하게 가득 차는 이유는 카메라의 성격과 작가의 다가감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에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전시 해설도 이 시리즈를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서 포착된 인물들과 강렬한 색채로 가득한 사물들의 시선이라고 짚어요.
그런데 뒤집어 보면 화면이 다정해요. 비닐우의 색, 젤리의 색, 선글라스 뒤 표정까지 서로 부딪히면서 하나의 소란스러운 온기가 돼요. 매그넘 글에 따르면 뉴브라이턴의 모래는 1960년대 머지 강의 조류 변화로 사라지고 콘크리트가 드러났고, 그 위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저항 같은 생기가 이 시리즈의 밑바탕이에요. 질리게 짠 색은 비난의 색이 아니라, 사라질 뻔한 여름을 붙잡아 두려던 재료의 선택이었을까요?
1986년 서펜타인 전시 당시 이 시리즈는 잔인하고 참견한다는 비판을 받았어요. 파는 논란을 일찍부터 겁내지 않았다고 돌아보고, 자신의 관심이 계급이 아니라 우는 아이와 나쁜 날씨 같은 모든 사람의 일상이라고 말했어요.
〈The Last Resort〉의 사진들은 아직도 버텨 줘요. 플래시가 밝힌 그 한 장면이, 제가 전시장에서 다시 붙잡고 싶은 질문이에요.
마틴 파, 마틴파 재단 홈페이지 The Last Resort 전시 페이지(2026. 2. 20.–5. 24.)
지금 볼 수 있는 자리
파는 2025년 12월 6일에 세상을 떠났어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는 작가 사후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이에요. 초기 작업부터 말년까지 14개 시리즈, 사진 약 500점과 그가 펴낸 사진집 90권을 함께 소개하고, 매그넘 포토스와 마틴파 재단이 협력했어요.
출처 · SeMA - 전시 상세
| 전시명 |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
|---|---|
| 기간 | 2026. 7. 16.(목)–10. 18.(일) |
| 장소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2·3층 전시실(서울 도봉구 마들로13길 68)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월요일이 공휴일이면 개관) |
| 관람료 | 무료 |
| 도슨트 | 매일 11시, 13시, 15시(추석·설 연휴 제외) |
한국 독자에게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어요. 파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한국을 찾았고, 이번 전시에서 남한과 북한 관련 작업을 함께 만날 수 있어요. 주요 작품 목록에 올라 있는 두 장이에요.
저는 오늘 이렇게 정리해요. 파의 사진이 오래 보이는 건 색이 질려서가 아니라, 질린 색과 플래시, 무거운 중형 필름까지 모든 재료가 가까이 가겠다는 하나의 선택에 모여 있기 때문이에요. 해변은 재료의 실험실이었고, 그 실험이 남긴 질감이 오늘날 우리가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과 겹쳐 보여요.
전시가 10월 18일 일요일에 닫혀요. 무료이고 월요일만 쉬니, 이번 주 중에 하루를 잡아 두는 게 안전해요. 전시실에서는 한 장 골라 플래시가 얼굴을 어디서 밝히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저는 이 작은 질문을 남겨 둘게요. 다음 그림 앞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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