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포도밭, 같은 품종. 수확 시점 하나로 완전히 다른 네 잔이 됩니다🍷
지난 8월 6일, 나라셀라가 독일 모젤 리슬링 '놀렌 에르벤(Nollen Erben)' 4종을 국내에 출시했습니다. 드라이부터 아우스레제까지 스펙트럼을 따라가 봅니다.
🥂 이름부터 '상속인들'인 브랜드
브랜드명의 '에르벤(Erben)'은 독일어로 '상속인들'이라는 뜻입니다. 독일 와인에서는 가문 이름 뒤에 이 단어를 붙여 상호를 짓는 오랜 관습이 있어요.
모젤에서 대를 이어 와인을 빚은 드라덴(Drathen) 가문의 카를-요제프 드라덴이, 혼인으로 맺어진 엘제 놀렌(Else Nollen) 가문의 이름을 얹었습니다. 누구로부터 무엇을 물려받았는지 이름에 담담하게 적어둔 상호. 화려한 문구보다 독일답다고 생각해요.
만드는 곳은 1860년 설립된 독일 와인 전문기업 조셉 드라덴(Josef Drathen)입니다. 160여 년을 대를 이어 가족 경영으로 와인을 빚어왔고, 지금은 전 세계 70여 개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모젤의 리슬링 전통과 양조 기술 위에 세워진 브랜드예요.
'놀렌 에르벤'은 160여 년 전통을 이어온 조셉 드라덴의 양조 노하우와 모젤의 뛰어난 떼루아를 담아낸 리슬링 브랜드
나라셀라 관계자, 2026.8.6 공식 발표·국내 보도
네 종 모두 원산지는 독일 모젤, 품종은 리슬링 100%, 용량 750ml입니다. 카비넷부터 아우스레제까지는 독일의 프레디카츠바인(Prädikatswein) 등급 체계를 따르는데, 수확 시점이 늦어질수록, 포도송이 선별이 까다로울수록 위 등급이 됩니다.
다만 등급이 높다고 더 좋은 와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단맛과 농밀함의 스타일 차이로 읽으면 편해요. 나라셀라 공식 자료도 "카비넷·슈페트레제는 당도 등급이 아니라 수확 시점 등급"이라고 짚고 있습니다.
| 제품 | 스타일 | 향·질감(공식 테이스팅 노트) | 추천 페어링 |
|---|---|---|---|
| 리슬링 드라이 | 드라이 | 청사과·라임·백도, 바삭한 산미와 깨끗한 미네랄 | 해산물, 샐러드 |
| 리슬링 카비넷 | 드라이 | 자몽·백도, 부싯돌 느낌의 미네랄과 가벼운 바디 | 구운 생선, 초밥 |
| 리슬링 슈페트레제 | 미디엄 스위트 | 살구·멜론·파인애플, 풍만한 질감 | 매콤한 아시안, 숙성 치즈 |
| 리슬링 아우스레제 | 스위트 | 꿀·망고·시트러스 꽃, 실키한 바디 | 블루 치즈, 진한 디저트 |
🌋 왜 하필 모젤인가
모젤은 세계 최고 리슬링 산지로 꼽히는 곳입니다. 이유는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강을 따라 굽이치는 급경사지입니다. 기계가 들어갈 수 없어 대부분 손으로 일하지만, 대신 햇빛을 정면으로 받아 서늘한 기후에서도 포도가 익어요.
둘째, 슬레이트(점판암) 토양입니다. 낮 동안 열을 머금었다가 밤에 포도나무로 되돌려 주고, 와인에는 부싯돌 같은 미네랄리티를 남깁니다. 모젤 리슬링 특유의 짭조름한 여운이 여기서 나와요. 셋째, 서늘한 기후입니다. 포도가 천천히 익어 산도가 그대로 살아 있고, 그 산미가 단맛을 팽팽하게 받쳐 줍니다.
그 특징은 국내 시음 후기에서도 그대로 읽혀요.
입안에서는 산미와 미네랄이 기분 좋게 느껴졌는데요. 모젤 지역 포도는 청량한 산미와 함께 미네랄 감이 가득한 편이라, 그런 모젤의 개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시음 리뷰, 2026.8
🍽️ 이 접시 옆에 놓는다면
드라이는 생선회와 해산물 옆이 좋습니다. 청사과와 라임 향, 바삭한 산미가 비린 맛을 정리해 줘요. 카비넷은 구운 생선과 초밥, 부싯돌 미네랄이 식초밥의 신맛과 부딪히지 않고 나란히 갑니다.
단맛이 살짝 오른 슈페트레제는 매콤한 아시안 요리가 관문이에요. 은은한 단맛이 매운맛을 눌러 주고 산미가 입안을 정리합니다. 나라셀라 자료도 떡볶이나 마라와의 조합을 의외의 명장면으로 꼽더라고요. 아우스레제라면 블루 치즈입니다. 꿀과 열대과일 향에 짭짤한 치즈를 곁들이는 조합으로, 공식 노트가 안내하고 있어요.
처음 고른다면 이렇게 좁혀 보세요.
- 리슬링이 처음이라면 드라이, '독일 리슬링은 달다'는 선입견을 지워 주는 잔입니다
- 리슬링을 이미 좋아한다면 카비넷, 미네랄과 산미의 균형이 가장 모젤답게 드러납니다
- 매운 음식 자리라면 슈페트레제
- 식사 마무리나 선물이라면 아우스레제
온도는 8~10℃가 기준입니다. 드라이는 조금 더 차갑게, 슈페트레제와 아우스레제는 10~12℃로 살짝 올리면 향이 잘 열려요. 너무 차가우면 향이 닫히니 냉장고에서 꺼내 잠시 두었다가 따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구매는 나라셀라 직영점(나라셀라 리저브, 와인픽스)과 전국 주요 백화점(현대·신세계·롯데·갤러리아)에서 가능합니다. 판매처별 가격과 재고는 다를 수 있어요.
저라면 첫 잔은 드라이, 흰살생선 한 접시 옆에 두고 싶네요🍷
가을 밤 매운 음식이 차려진 날에는 슈페트레제로 갈아타는 것도 염두에 두고요. 네 잔의 순서를 정하는 일 자체가 곧 오늘 밤의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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