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광고와 제작 크레딧을 읽는 광고 덕후 한별이에요 📎 오늘 스크랩은 9월 14일 공개된 오비맥주 카스의 추석 광고 '카스 헤리티지 필름'이에요. 영화 '국제시장'과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카스와 윤 감독의 협업으로는 세 번째 작품이에요.
이 광고를 고른 이유는 간단해요. 신제품도, 신모델도, 슬로건 리뉴얼도 아닌데 한 편의 광고가 나왔거든요. 30년 넘게 팔아 온 맥주가 자기소개 대신 감사 인사를 카피로 내걸었다는 점. 짧은데 오래 남는 유형이에요.
늘 당신의 맥주여서 자랑스럽습니다
카스 '카스 헤리티지 필름'(2026) 메인 카피
광고가 아니라 질문으로 시작해요
영상의 첫 문장은 카피가 아니라 물음이에요. '당신에게 카스는 어떤 기억인가요?'라는 질문으로 출발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어요. 저는 이 첫 몇 초의 선택을 꽤 아슬아슬하다고 읽어요. 브랜드가 주인공 자리를 비워 두고 관객을 그 자리에 앉히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건 브랜드가 아니라 시대별 장면이에요. 대학 첫 MT부터 IMF 시절, 2002년 월드컵 4강 응원전,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명절 풍경까지 차례로 지나가면서, 광고는 '카스의 30년'이 아니라 '당신의 30년'을 보여 줘요. 이 자리 바꾸기가 이 광고의 설계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IMF 골목에서 월드컵 함성까지, 한 컷씩
장면 구성을 보면 세대별로 한 칸씩 자리를 나눠 줬어요. 대학 첫 MT의 설렘은 젊은 층 몫이고, IMF 시절 골목 식당 단골 사장님이 담담하게 건네던 위로의 맥주 한잔은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세대 몫이에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붉은 함성은 사실 전 세대가 같이 웃고 울었던 장면이고요.
여기서 제가 멈추는 컷은 IMF 골목 식당이에요. 웃긴 장면 다음에 브랜드가 등장하는 타이밍을 좋아한다고 늘 말하는데, 이 광고는 반대로 힘들었던 장면에 브랜드를 조용히 세워 둬요. 맥주라는 카테고리 특성상 시원함이나 청량감을 파는 컷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위로를 파는 컷은 드물거든요. 윤 감독 특유의, 평범한 사람들의 서사에 집중하는 연출이 여기서 가장 잘 드러나요.
그리고 마지막 컷은 명절 식탁이에요. 잔을 부딪히는 가족 모습에서 영상이 끝나고, 그 위에 이번 광고의 메인 카피가 얹혀요. 장면이 '추석'으로 귀결되는 구성이라, 온 가족이 모이는 한가위 TV 송출이라는 매체 선택과 정확히 맞물려요. 추석 연휴 기간 주요 지상파와 케이블 TV 채널에 집중 방영됐다고 해요.
이 카피가 건네는 말
'늘 당신의 맥주여서 자랑스럽습니다'를 다시 읽어 보면, 주어가 브랜드고 목적어가 소비자예요. 광고 카피의 관례와는 방향이 반대죠. 보통은 소비자에게 이유를 대고 선택을 구하는데, 이 문장은 선택을 이미 받았다는 걸 전제로 고마움을 표현해요. 국내 1위 맥주 브랜드라는 위치에서만 가능한 문법이에요. 관련 보도도 이번 영상을 '오랜 세월 카스를 선택해 준 고객들에게 바치는 헌정 영상'으로 소개했어요.
누구에게 닿는 광고일까요. 표면적 타깃은 추석 연휴에 TV 앞에 모여 앉는 전 세대예요. 하지만 저는 이 광고의 진짜 독자를 맥주 시장이 커지기 전, 카스와 함께 나이를 들어 온 소비자층이라고 읽어요. 신규 유저를 모으는 광고가 아니라, 30년치 이탈하지 않은 고객에게 관계를 재확인시켜 주는 광고거든요. 이건 공유할 이슈보다 식탁에서의 묵직함으로 승부하는 자리잡이 마케팅이에요.
윤제균 감독과의 세 번째, 이어지는 문법
두 브랜드의 협업 기록도 흥미로워요. 2021년에는 코로나19 시기를 보내는 청년들을 그린 '진짜 멋진 여름 맥주 광고'로 첫 인연을 맺었고, 2024년 추석에는 고향과 가족의 온기를 담은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을 함께했어요. 세 편 모두 제품 혜택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에 주목하는 작품이에요. 이건 우연이 아니라 축적된 브랜드 문법으로 보여요.
카스가 지난 30여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소비자들과 함께 수많은 순간과 기억을 만들어 왔기 때문
서혜연 오비맥주 마케팅 부사장, 2026년 9월 14일 보도자료
참고로 카스는 올해 마케팅이 꽤 국가대표급이었어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태극전사 응원 열기를 북돋웠고, 북중미에서 열린 FIFA 월드컵 2026 공식 스폰서로도 참가했어요. 대형 스폰서십으로 '지금의 순간'을 챙긴 뒤, 추석에는 헤리티지 필름으로 '지난 30년'을 정리하는 흐름. 한 해 마케팅이 하나의 서사로 닫히는 구조라서, 저는 이 조합을 꽤 계획된 수라고 읽었어요.
| 캠페인 크레딧 | 내용 |
|---|---|
| 캠페인 | 카스 헤리티지 필름 (Cass Heritage Film) |
| 브랜드 | 카스 (오비맥주) |
| 공개일 | 2026년 9월 14일 보도자료 배포 |
| 매체 | 추석 연휴 기간 주요 지상파 및 케이블 TV 채널 |
| 연출 | 윤제균 감독 (카스와 통산 세 번째 협업) |
| 메인 카피 | '늘 당신의 맥주여서 자랑스럽습니다' |
| 대행사·제작사 | 보도자료 기준 미공개 |
| 주요 크레딧 외 | 미공개 |
| 원본 영상 | 오비맥주 공개 자료 및 TV 송출 분 |
대행사와 제작사 정보는 이번 보도자료에 포함되지 않았어요. 확인되는 범위만 밝혀 두고, 추후 공개되면 덧붙일게요. 크레딧을 못 채우는 아쉬움보다는, 감독의 이름을 앞세워 공개한 것 자체가 이 광고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흥행 감독과 맥주 브랜드의 세 번째라는 사실이 이미 상징이 되도록 설계한 거죠.
오늘 스크랩에는 이 한 줄을 남겨 둘게요. 다음 명절에 무언가를 팔아야 하는 광고를 기획할 때, 이 광고는 팔지 않고 고마워하는 광고가 왜 더 오래 남는지를 보여 줘요. 기념일 캠페인을 잡을 때 '세일 메시지' 옆에 '헌정 메시지' 한 칸을 둘 생각을 해 볼 만하다는 것, 오늘의 노트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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