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의 허리선이 2027년 봄으로 돌아왔어요 ✨
9월 26일 밀라노 패션위크, 막시밀리언 데이비스가 이끄는 페라가모의 2027 봄·여름 남녀 통합 컬렉션이 공개됐습니다. 어두운 런웨이 위를 걸어 나온 룩들은 사진작가 리 밀러의 시절을 따라, 허리를 조인 실루엣과 반투명한 소재로 완성됐어요.
📷 리 밀러라는 출발점
데이비스가 이번 시즌에서 찾은 건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가 아니라,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서 세계를 누빈 여성들이었어요. 그중에서도 1940년대에 활동한 사진작가 리 밀러의 발자취를 따라갔습니다.
만 레이와 함께 개발한 감광 반전 기법 솔라리제이션, 이집트에 머물던 시절의 사진, 이후 남긴 종군 사진까지가 컬렉션의 축이 됐고요. 데이비스는 올해 초 파리 시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리 밀러 전시를 직접 관람했다고 해요.
"당시는 옷과 그 구조가 특정한 자세와 예의를 만들어내던 시대였습니다. 주머니의 위치가 서 있는 자세와 행동 거지를 좌우하기도 했죠. 저는 당시 실루엣의 요소들을 가져와 오늘날에 맞게 현대화하고 싶었습니다."
막시밀리언 데이비스, 하입비스트 코리아 인터뷰
주머니 하나가 자세를 만든다는 말, 옷을 입는 저희에겐 와닿는 이야기예요. 이 컬렉션은 그래서 장식이 아니라 구조에서 시작했고, 여성들이 노동 시장으로 들어갔던 1940년대의 워크웨어를 기준선으로 삼았습니다.
⚙️ 허리선이 돌아왔어요
이번 시즌 실루엣의 중심은 단연 허리였어요. 오트쿠튀르식 재단 대신 다소 투박한 남성용 벨트로 허리를 조이고, 때론 두 겹을 겹쳐 옷을 고정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그 벨트를 가슴으로 옮겨 새틴 드레스에 장식처럼 두른 룩도 새로웠습니다.
흥미로운 건 어깨예요. 그 시절 특유의 부풀린 숄더 대신 둥글고 매끄러운 어깨를 택해 현대적인 무드를 만들었고요. 긴 드레이프 스커트와 넓은 팬츠는 남성복으로 넘어가, 과감한 어깨선의 블레이저와 전면 주름 트라우저, 베스트에 가죽 타이를 더한 넉넉한 수트로 재해석됐습니다.
출처 · hypebeast.kr
✨ 소재는 솔라리제이션처럼
소재에서도 시대와 지금이 겹겹이 만나요. 샤크스킨이나 트위드 같은 전통적인 수트 소재와 구조적인 테일러링이 1940년대를 떠받치는 한편, 겹겹이 비치는 실크 울 수트는 안감과 주머니 같은 내부 구조까지 그대로 드러냈어요.
그 위에 반투명한 소재가 현대의 온도를 더합니다. 블루 블레이저와 스커트 세트, 탠 컬러의 탱크 드레스는 은은하게 비치는 라텍스 느낌의 소재로 만들어졌고, 조명이 뒤에서 비칠 때마다 만 레이의 솔라리제이션을 떠올리게 했어요.
출처 · hypebeast.kr
페라가모의 오랜 전통인 스카프 드레싱은 레더까지 확장됐어요. 같은 소재의 가죽 스카프로 룩 전체를 단색으로 감싸거나, 반투명 스커트에 전통적인 블레이저를 믹스매치하고 컷아웃 디테일로 여성복의 해방감을 강조했습니다.
리 밀러가 머물렀던 이집트의 흔적도 보이는군요. 흐르는 모래를 닮은 프린트와 햇볕에 갈라진 듯한 레더 피스들이 그 풍경을 옮겨왔어요. 액세서리는 아카이브의 대표작 인비저블 샌들에서 출발한 펌프스와 슬링백, 드롭 스톤 장식으로 이 유산을 이어갔습니다.
쇼장의 반응도 뜨거웠어요. 넷플릭스 '스캔들'로 화제 중인 나나가 매끄러운 브라운 새틴 슬립 드레스에 페라가모의 카라 백, 블랙 하이힐을 더해 도도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해요.
👗 내 옷장에 가져온다면
- 와이드 팬츠에는 두께감 있는 가죽 벨트를 두 겹으로, 허리선부터 잡아 주기
- 미들 스커트 위에 반투명 셔츠나 스커트를 겹쳐 비치는 온도 더하기
- 단색 룩 위에 같은 소재의 스카프를 목이나 가방에 두른 채 완성
- 슬링백 한 켤레로 1940년대의 우아함만 골라 입기
저는 이 컬렉션에서 두 겹의 벨트가 가장 눈에 들어와요. 고가의 재단이 아니라 투박한 남성용 벨트로 허리를 만들었다는 발상이, 옷의 완성도는 구조에서 나온다는 걸 다시 일깨워 주거든요. 복제가 아니라 정제라는 이 시즌의 태도, 제 취향 그 자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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