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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의 패션 노트

안리아레이지 2027 S/S 'SKIN', 무대 위에서 색을 갈아입은 드레스 ✨ 지안의 패션 노트

불빛이 번지는 디지털 스킨 점프수트 / 출처: designboom
불빛이 번지는 디지털 스킨 점프수트 / 출처: designboom

무대 위 드레스가 한 벌 안에서 색을 갈아입었어요 ✨

안리아레이지가 9월 29일 파리패션위크에서 2027 봄·여름 컬렉션 'SKIN'을 선보였어요. 파리 무대 25번째가 되는 이번 쇼의 주인공은 전자종이(E Ink) 조각 1,000~2,000개로 덮인 드레스였습니다.


갑옷처럼, 살갗처럼 움직인 옷 👀

모리나가 쿠니히코(森永邦彦)가 생각한 건 '옷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늘 변하는 표면'이라는 거예요. 살아 있는 생물의 살갗이 색을 바꾸듯, 게임 속 아바타가 스킨을 갈아입듯요. 쇼는 몸에 딱 붙는 세컨드 스킨 보디수트로 조용히 시작해, 점점 비늘을 덧대어 새 표면을 만드는 룩으로 자라났습니다.

스케일·비늘 룩 런웨이 / 출처: 안리아레이지·Design Scene스케일·비늘 룩 런웨이 / 출처: 안리아레이지·Design Scene스케일·비늘 룩 런웨이 / 출처: 안리아레이지·Design Scene스케일·비늘 룩 런웨이 / 출처: 안리아레이지·Design Scene
스케일·비늘 룩 런웨이 / 출처: 안리아레이지·Design Scene

소재 선택도 이번 컬렉션의 절반이에요. 토레이 울트라스웨이드로 만든 비늘, 빛을 반사하며 벗겨지는 듯한 한지 반투명 시퀸,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는 세키사이의 3D 프린트 비늘까지. 교세라의 절수형 섬유 프린팅 FOREARTH는 직물 1kg당 물 0.02L로 패턴을 입히는, 화려함 뒤에 숨은 기술이었어요.

비늘이 겹겹이 쌓인 스커트는 모델이 걸을 때마다 다른 색으로 보였어요. 오프아트를 몸에 두른 듯한 실루엣에, 화면이 아니라 형태와 움직임만으로 색이 바뀐다는 게 이 컬렉션이 저를 붙잡은 첫 지점입니다.

E잉크 조각 1,000~2,000개, 그리고 잿빛

쇼의 절정은 E잉크 프리즘 3를 입힌 여섯 벌의 갑옷 같은 이브닝드레스예요. 조각 하나하나가 개별 제어되고, 색이 몸을 따라 흘렀다가 잿빛으로 가라앉았다가 새 무늬로 다시 모여듭니다. LED처럼 빛을 내는 게 아니라 종이 자체가 색을 바꾸기에,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도 그 결이 그대로 읽혔어요. 색이 바뀔 때만 전기를 쓰는 전자종이라서, 꺼진 듯 멈춘 무늬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 기술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에요.

비늘 패턴 런웨이 세 장면 / 출처: designboom
비늘 패턴 런웨이 세 장면 / 출처: designboom

"안리아레이지는 장인정신과 기술, 상상력을 결합해 일상적인 소재를 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 왔습니다. 이번 협업은 E잉크 프리즘이 개인화와 움직임, 시각적 표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나오키 스미타 E잉크 재팬 사장, 보도자료(PR Newswire) 중

E잉크 쪽이 강조한 문장도 인상 깊었어요. 비늘 모양으로 배열된 조각들이 함께 작동해 한 벌의 옷 안에 여러 벌의 룩을 담았다는 것. 옷을 더 사지 않아도 한 옷의 표현 폭이 넓어지는 길이라면, 지금 패션위크에서 꽤 건설적인 방향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참고로 이 드레스의 배선은 AI가 매핑했다고 합니다.

피날레는 전 시즌의 LED 디지털 스킨을 다시 꺼내 왔어요. 테즈카 오사무 만화 속 '불새'를 연상시키며 다시 태어나는 이미지로,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불새'와 함께 몸 위로 불빛이 번졌습니다. 이름값 하는 마무리였어요.

내 옷장에 가져온다면

  • 잿빛으로 가라앉은 E잉크 톤이라면 회색 테일러드 자켓과 매치해 화면 같은 하의 하나만 포인트로 세우고 싶어요.
  • 한지 시퀸의 벗겨지는 질감은 단색 니트 위에 하나만 겹쳐도 충분히 입체적이에요.
  • 각도마다 색이 달라지는 비늘 스커트는 심플한 탱크와 신발만 검정으로 고정해야 오프아트가 산만해지지 않아요.

저는 로고보다 이런 '표면의 설계'가 눈에 들어와요. 👜

2003년 시작해 2014년 파리로 무대를 옮긴 브랜드가 25번째 쇼에서 옷 자체를 장치로 만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안리아레이지라는 이름(A REAL·UN REAL·AGE, 일상과 비일상의 시대)을 지켜 온 기록처럼 느껴졌어요. 파리 76 Rue de Turenne에서는 10월 2일부터 5일까지 전시 'JUST AN REAL AGE'로 E잉크 의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안내돼 있어요.


글 : 지안의 패션 노트

참고 자료

옷장 밖 런웨이

로고보다 실루엣과 소재를 먼저 보는 사람의 컬렉션, 명품, 가격 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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