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장 밖 런웨이

지안의 패션 노트

꾸레쥬 2027 S/S, 컬러가 돌아온 드루 헨리의 첫 쇼 🧡 지안의 패션 노트

드루 헨리의 첫 꾸레쥬 컬렉션
드루 헨리의 첫 꾸레쥬 컬렉션
출처 · vogue.co.kr

1960년대 초반 꾸레쥬에서 건져 올린 컬러, 드디어 런웨이 위로 🧡


지안의 패션 노트예요.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2027 봄·여름 데뷔 쇼를 연 브랜드는 단 두 곳뿐이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꾸레쥬예요. 오늘은 9월 30일 팔레 드 도쿄에서 펼쳐진 신임 디렉터 드루 헨리의 첫 컬렉션 이야기입니다. 컬러와 소재가 어떻게 돌아왔는지, 그리고 그게 우리 옷장에 어떤 의미일지 차근차근 볼게요.


드루 헨리, 첫 꾸레쥬의 첫 장

지난 5년간 꾸레쥬를 이끈 니콜라 디 펠리체의 뒤를 이은 사람은 드루 헨리예요. 셀린느에서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딘 뒤 JW 앤더슨 레디투웨어 디자인 디렉터, 피비 파일로의 독립 브랜드를 거쳐 버버리 수석 디자인 디렉터까지, 주요 하우스의 핵심 멤버로 커리어를 쌓아온 출신입니다.

"당연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렇게 안 보이시나요? 하지만 첫 쇼는 평생 단 한 번뿐이니 기대도 됩니다."

보그 코리아, 드루 헨리

쇼장 연출부터 달랐어요. 넓은 흰 공간에 생김새와 제작 시기가 제각각인 의자 450여 개를 불러 모았는데요. 서로 다른 시간이 포개진 자리에, 좋아하는 옷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입자는 이번 컬렉션의 태도를 그대로 담아냈죠.

팔레 드 도쿄에 펼쳐진 첫 쇼
팔레 드 도쿄에 펼쳐진 첫 쇼
출처 · vogue.co.kr

스페이스 에이지에서 한 발 더 뒤로

꾸레쥬 하면 1960년대 후반의 스페이스 에이지, 고글 쉐입 선글라스와 새하얀 부츠가 먼저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헨리가 시선을 둔 곳은 그보다 앞선 1960년대 초반의 초기 아카이브였습니다.


선명한 오렌지, 네온 그린, 옐로, 핑크가 런웨이 위로 잇따라 등장했어요. 미래적인 실루엣만 앞세운 게 아니라, 익숙한 브랜드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던 컬러풀하고 장난기 많은 세계를 꺼낸 거예요. 그가 직접 "아카이브를 파고들며 이 브랜드가 얼마나 컬러풀한지 새삼 깨닫고 놀랐고요"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오렌지·그린 등 초기 아카이브의 컬러가 런웨이 위로
오렌지·그린 등 초기 아카이브의 컬러가 런웨이 위로
출처 · vogue.co.kr

초기 꾸레쥬에서 발견한 대담한 색은 오렌지 팬츠와 그린 스커트 수트에 그대로 입혔고, 크림 컬러의 민소매 코트와 네이비 코트에는 1967년에 쓰였던 꾸레쥬 로고를 다시 새겼어요. 아카이브를 부활시킨 방식 자체가 이번 컬렉션의 재밌는 포인트입니다.

단단한 비닐과 PVC가 부드러워졌어요

이번 시즌에서 제가 가장 눈길 간 변화는 소재예요. 꾸레쥬를 상징하는 비닐과 PVC가 매끈하고 단단한 질감만을 앞세우지 않고, 몸을 따라 부드럽게 늘어나는 니트와 함께 등장한 거예요.


기하학적인 선이 유연하게 풀리면서, 같은 아이템이 완전히 다른 인상이 됐어요. 그는 핵심 실루엣을 하나 정해두지 않고 니트웨어와 컬러로 무엇이 나올지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컬렉션 전체가 하나의 정답 대신 여러 면면을 보여주는 방향이었죠.

니트와 함께 부드러워진 꾸레쥬의 소재 실험
니트와 함께 부드러워진 꾸레쥬의 소재 실험
출처 · vogue.co.kr

또 하나 눈에 띈 건 트라페즈 드레스를 남성 모델에게 옮겨 입힌 장면이에요. 옷을 성별로 나누는 경계를 가볍게 뛰어 넘은 거죠. 실루엣은 A라인으로 퍼지면서 봄에 가장 예쁜 그 형태 그대로입니다.

쿠션을 얹은 듯한 클로슈 모자

엉뚱한 실루엣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띈 건 헤드피스였어요. 전설적인 모자 디자이너 장 바르테가 브랜드 초창기에 디자인했던 클로슈 스타일 모자에서 영감을 받은 피스인데요.


누군가 깔고 앉아 납작해진 쿠션을 얹은 듯한 모양새가, 정교한 재단과 절제된 컬러로 대표되던 최근의 꾸레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죠. 강도는 달라도, 아카이브의 위트를 위트로 꺼내온 이 감각은 꾸레쥬만의 장난기라고 생각합니다.

내 옷장에 가져온다면

드루 헨리는 피비 파일로에게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는 질문에 "진정성"이라는 한 단어를 내놓았어요. 그리고 그의 컬렉션도 그 단어처럼, 브랜드가 아닌 옷 자체에서 시작하는 접근이에요.

  • 오렌지·그린 같은 컬러 팬츠나 스커트 수트는 무채색 니트 하나로 균형을 잡아 주면 봄에 정확히 통해요
  • 니트와 만난 소재는 A라인 트라페즈 실루엣처럼 몸을 따라 흐르는 핏이 핵심이에요
  • 포인트는 정교한 헤드피스 같은 위트 있는 액세서리 하나, 룩의 분위기를 바꿔 주는 그 한 조각이에요

저라면 첫 조각은 그린 스커트 수트로 고를 것 같아요 🧵


지난 시즌까지 꾸레쥬는 정교한 재단과 절제된 컬러로 대표됐어요. 그런데 이번 컬렉션은 프랑스 출신 샤를로트 콜레트가 스타일리스트로 참여한 만큼, 컬러와 실루엣의 폭이 확 넓어졌습니다. 이번 시즌 파리에서 데뷔 쇼를 연 무대가 많지 않았던 만큼, 꾸레쥬의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해요.


다음 컬렉션에서 가장 궁금한 디테일은 저 1967년 로고가 어떤 소재 위에 다시 등장할지예요. 잘 어울린 컬러와 위트, 꾸레쥬의 다음 페이지 기대해 볼게요.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요 👜

참고 자료

옷장 밖 런웨이

로고보다 실루엣과 소재를 먼저 보는 사람의 컬렉션, 명품, 가격 인상 이야기.

전체 →

댓글 0

댓글을 불러오는 중…

읽는 즐거움에서, 쓰는 즐거움으로

이 글의 주제로 나만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세요.

이 글처럼 AI로 써 보기